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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슬러, 뀌베 나탈리, 피노누아 2023 (Kistler Cuvée Natalie Silver Belt Vineyard Pinot Noir 2023)

언제부터인가 레드와인은 피노누아다. 오늘은 덥고 지치는 무더운 날에 마음속 어떤 칙칙함을 달래주기위해 저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키슬러 피노누아를 꺼내서 근처의 프랑스가정식 음식점으로 향했다. 키슬러, 뀌베 나탈리, 실버벨트 빈야드, 피노누아 2023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밸리에서 나오는 와인이다. 그 중에서도 실버벨트 빈야드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이라 한다. 더워서 시원한 맥주나 스파클링이 생각났지만, 워낙 맛있는 와인이라길래 그냥 따자마자 입으로 향했다. 하..... 별다른 브리딩도 없이 급한 마음에 벌컥 한모금을 머금었는데........처음에는 잘 익은 붉은 포도가 입안 가득 퍼졌다.일명 "포도포도"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상큼한 맛인데, 과실향이 강하..

와인&사케 2026.07.28

소설, 절창, 구병모

p286.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누구도 답을 알아낸 적 없는 질문.” 그렇다면 당신의 질문은 무엇이지?어쩌면 내가 질문했어야 하는 것은, 당신의 질문이 무엇인가 혹은 누구인가 따위가 아니었을 거야. 처음부터 물었어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한 것들, 그러나 이제 와서 묻기엔 너무 늦은 말들이 뒤늦게 어둠 속에서 내 의식을 찔러댔어. 당신은 왜 그런 짓을 하는가. 그런데 이유를 알면 뭐가 좀 달라지나. 이유가 명백하면 그가 해온 짓이 악행이 아니게 되나. 최소한 이해와 동정이 가능한 범주로 굳히기에 들어가기라도 하나.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각자의 사연이며 자신의 마땅한 근거를 갖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고 지난 시간에 선생님은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래. 세상에는 어떤 이야기도 부여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

소감일지 2026.07.26

소설, 「아우라」, 카를로스 푸엔테스

몬테로 펠리페는 남편의 오래된 자료를 정리해 달라는 노부인 콘수엘로의 요청으로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콘수엘로의 조카 아우라를 만나고, 곧 그녀에게 깊이 끌린다. 그러나 아우라는 어딘가 콘수엘로와 겹쳐 보인다. 두 인물이 동일한 존재인지, 혹은 펠리페의 환상인지 구분은 점점 흐려진다. 이야기는 사랑과 기억,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리며 몽환적인 세계로 빠져들게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겉으로는 젊음에 대한 집착과 사랑, 욕망을 그린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에서 아우라와 콘수엘로, 그리고 펠리페와 요렌테 장군이 서로 뒤섞이면서, 의미는 점점 미궁속으로 가라앉는다 . 그들은 과연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타인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라진..

소감일지 2026.02.27

소설, 기차의 꿈(Train Dreams), 데니스 존슨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부모의 이름조차 모른 채 태어나 벌목꾼으로 살아간다. 존엄이 위태로운 생의 조건에 기대어 이어가는 삶 속에서, 그가 마주하는 사람들 역시 살기 위해 일하고, 발버둥치고, 때로는 다른 이를 밀어내며 살아간다. 그런 무덤덤한 가혹함 속에서도 그는 글래디스라는 사랑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비로소 행복을 얻은 듯 보인다. 하지만 단란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마을을 덮친 산불은 가족과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앗아간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환영에 시달리지만, 결국 그 자리에 남는다. 다시 땅을 일구고 다시 집을 짓고 그렇게 살아간다. 가족을 여전히 찾고, 여전히 그리워하면서도 그 슬픔을 가슴 깊이 묻은 채 그저 살아간다. 소설은 그의 숨이 멎는 날까지 그 과정을 덤덤히 따라가고,..

소감일지 2026.02.23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5

영화는 어린 하워드 휴즈가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Quarantine(격리)”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아이는 그 단어를 따라 읊는다. 그녀는 세상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그렇게 자란 소년은 훗날 모두가 만류하는 대규모 영화 제작을 밀어붙이고, 새로운 비행기를 설계하며, 기존 항공사를 위협할 만큼 거대한 항공사의 경영자로 성장한다. 수많은 도전 속에서 위협에 휘말리고,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목숨을 건 순간을 넘기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음모와 경쟁사의 압박 속에서 사기꾼으로 몰리고, 강박은 점점 심해져 환각 상태에 이른다. 몰락하는 듯 보이던 그는 전 연인 에바 가드너의 도움으로 청문회에 참석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소감일지 2026.02.22

JTBC, 드라마, 러브미

서현진 주연의 가족 성장 로맨스 드라마 . 자극적인 소개팅 상황으로 첫 시선을 확 끈다. 그러나 이내 그 내막이 드러나면서, 어두운 현실이 펼쳐진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것은 소소한 출연진들의 사랑.이 사랑이 이 드라마의 주제임은 틀림없다. 아픈 엄마는 자신의 아픔에 매몰되어 주변 가족들의 사랑을 보지 못한다.준경은 자신의 죄책감과 상처로 인해 회피한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가족들은 우울한 현실을 창조해낸다.드라마의 회차가 거듭되면서, 이 패턴이 모든 캐릭터들에게 적용이 된다.캐릭터들은 자신의 아픔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상처에 매몰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마저 준다. 자신이 잘못됨을 알면서도 회피한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도망..

소감일지 2026.02.01

2025.10.17 명상일지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워하는 마음.. 상대의 부족함이 나와는 무관하고, 나는 그런 사람과는 전혀 다르다고 느꼈다.하지만 나역시 부족한 사람일 뿐이다. 부족한 부분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부족한 인간이다.내가 나의 부족함을 못 본 채, 상대의 부족함만 집중하고,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참 아이러니다. 나와 그가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 부족한 사람으로 인연되어짐을 알아, 미워하지 않고, 살아야겠다.

명상일지 2025.10.17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계속 안겨준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싯다르타. 부처를 뜻하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고,싯다르타라는 인물이 깨달음을 향해 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중간에 부처라는 인물은 고타마라는 호칭으로 그려진다. 그냥 가볍게 청소년 문학 읽는다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겼는데, 역시나 .. 헤르만 헤세는 천재다. 깨달음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고스란히 소설에 녹여내고 있다. 평상시 나도 궁금했던, 하지만 깊이 생각지는 못했던, 깨달음과 인간에 대한 내용을 싯다르타의 경험을 통해 신선하게 보여준다.뻔한 좋은 경전말씀, 성경말씀과는 다르다. 내용들이 다 훌륭하고 감동이지만, 그 중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말로 전달하는..

소감일지 2025.10.08

쥬욘다이 혼마루, 아카부 코쿠죠노키레, 닷사이 미라이에, 그리고 오베르

지인들과 즐거운 정기모임. 각자 들고 온 사케와 와인으로 화려함이 팡팡 터지는 시간. 각자의 장소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기다림 이후, 반갑게 만난 사람들..음식이 나오기 전에 피로도와 긴장감을 낮추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고급진 쥬욘다이 혼마루를 따르며 시작한다. 쥬욘다이 혼마루 히덴타마가에시(十四代 本丸 秘伝玉返し).. 금색글자 라벨로 자태도 아주 화려하다.처음에 쥬욘다이를 접했을 때는 이게 그렇게 맛있는 맛이야? 라고 아리송한 느낌이 있었다.여러 사케들을 접하고 맛보면서.. 지금은.... 너~~~~~~~~~~~~~무 훌륭하다! 라는 느낌이 든다. (감사한 마음!!)일단 입에 들어오는 순간, 그 질감이 너무 좋다. 목구멍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움이 기분좋고, 쌀로 이런 맛을 낼 수 있구나 하는..

와인&사케 2025.09.28

2025.09.18 명상일지

나는 상당히 허용적인 엄마였던 것 같다.기본적으로 아이의 기분을 많이 살핀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내가 조심하려고 한다.되도록이면 아이의 기분이 좋았으면 하고 행동할 때도 많았다. 명상을 하면서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 기분을 살피고 잘 해주려고 하는 것은......결국 상처받은 나 자신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것임을....... 어릴 적 타인에게 거부당할 때, 좌절했을 때, 사랑받지 못한다 느꼈을 때 받았던 상처를 나는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우리 아이들만큼은 나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도록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상처받았던 어린 내가, 마치 우리 아이들이 된 것 마냥,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크니, 우리 아이들은 상처받았던 어린 내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

명상일지 2025.09.18